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의 짜릿함을 잊지 못해 바로 달려갔던 작품이에요. 개인적으로 기대도 컸지만, 솔직히 말하면 감정이 조금 복잡했어요. 전편에서 보여준 신선함과 세련된 매너 액션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스케일은 커졌는데 중심이 조금 흐려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야기는 킹스맨 본부가 공격당하면서 시작돼요. 모든 게 날아가고, 살아남은 건 에그시와 멀린뿐. 그 둘이 미국의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죠. 이 부분이 재밌으면서도 좀 당황스러웠어요. 미국식 위스키 조직과 영국식 수트 요원이 만난다니? 신선하긴 한데, 텐션이 약간 산만해졌달까요.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악당 ‘포피’는 독특했어요. 햄버거 좋아하고 복고풍 감성인데, 하는 짓은 정말 잔인해서 묘한 불균형이 있었어요. 나쁜 놈인데 귀엽고, 귀여운데 무서운? 그런데 전작의 발렌타인에 비하면 존재감이 좀 약했어요. 대신 죽었던 해리(콜린 퍼스)가 돌아오는 건 감동 포인트였죠. 다만 기억 상실 설정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액션은 여전히 스타일리시해요. 카체이싱, 라쏘 전투, 곤충 로봇까지, 아이디어는 풍부하고 화려했어요. 그런데 이야기보다 장면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 구조라,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살짝 떨어지긴 했어요.
그래도 저는 에그시의 성장을 보는 재미가 여전히 좋았어요. 철없던 소년에서 이제는 책임감 있는 요원으로, 사랑도 지키고 조직도 지켜야 하는 복잡한 감정선이 잘 느껴졌거든요. 킹스맨만의 유쾌함과 과감한 연출은 여전히 유효했고요.
킹스맨: 골든 서클은 전작만큼의 센세이션은 아니지만, 여전히 스타일 있고 과감한 속편이었어요. 조금 과하게 욕심을 부린 느낌이 있지만, 그런 과함마저 킹스맨답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음 편에선 중심을 조금만 더 단단히 잡아준다면, 다시 진짜 킹스맨의 매력이 살아날 것 같아요.